증여와 상속 상속포기하면 세금 끝? 당신이 몰랐던 4가지 함정
페이지 정보
본문
가족이 남긴 빚이 재산보다 많거나, 한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바로 재산을 물려주고 싶을 때 많은 분들이 '상속포기'를 떠올립니다. 마치 복잡한 상속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상속포기가 정말 모든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만능 열쇠'일까요?
상속포기해도 상속세는 내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세도 당연히 내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세법은 상속포기와 상속세 납부 의무를 별개로 볼 수 있습니다. 상속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납세의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망보험금 수령 : 피상속인이 계약자였던 사망보험금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상속을 포기한 사람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이 보험금을 '간주상속재산'으로 보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받은 보험금을 한도로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세까지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연대납세의무)를 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사전증여재산 : 상속이 시작되기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상속세 계산 시 상속재산에 합산됩니다.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이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의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 추정상속재산 : 피상속인이 사망 직전(1년 내 2억 원, 2년 내 5억 원)에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상환한 내역의 사용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그 금액을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이 추정 재산에 대한 세금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상속포기는 민법상의 권리·의무를 포기하는 것이지, 세법상의 납세의무까지 자동으로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를 결정하기 전에, 지난 10년간 증여받은 재산이나 수령할 보험금, 그리고 피상속인의 최근 재산 처분 내역까지 꼼꼼히 확인하여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피해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바로? 세금 30% 할증됩니다.
부모 세대가 상속을 포기하고 손자녀가 바로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절세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리는 '세대생략 할증과세'의 대상이 됩니다.
세법에 따르면,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 등 다음 세대가 상속을 받을 경우, 산출된 상속세액의 30%를 추가로 가산합니다. 만약 손자녀가 미성년자이고 상속 재산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할증률은 40%까지 올라갑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상속받을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여 손자녀가 상속받는 '대습상속'의 경우에는 이 할증과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상속포기'를 통해 손자녀에게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30%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금 공제가 대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세 계산 시 매우 중요한 '상속공제' 금액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여 후순위 상속인이 재산을 받게 되면, 받을 수 있었던 공제 혜택이 대폭 축소될 수 있습니다.
이는 '상속공제 종합한도'라는 규정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본래의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공제 혜택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포기해서 다른 사람(후순위 상속인)이 재산을 가져간다면, 그 다른 사람이 가져간 재산 가치만큼 원래 받을 수 있었던 공제 총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자녀 없이 형제가 사망하여 부모님이 상속인이 된 경우, 부모님이 상속을 받았다면 '일괄공제 5억 원'과 '동거주택 상속공제 6억 원' 등 상당한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상속을 포기하여 다른 형제가 상속받게 되면, 이 공제액은 '0'이 되어버립니다. 이 경우, 약 3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공제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선순위 상속인의 포기로 인해 공제 한도가 축소되는 것은 단순히 세금이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세금 계산의 출발선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입니다. 포기 전에 반드시 공제액 변동에 따른 세액 차이를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유리할까, 불리할까?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다면 상속포기는 무조건 불리한 선택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현명한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사례 1 (상속포기가 불리한 경우) : 형제가 사망하고 부모님이 상속인이 되었으나, 부모님이 상속을 포기하여 다른 자녀(사망자의 형제)가 상속받는 경우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부모님이 받을 수 있었던 막대한 상속공제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되어 당장의 상속세 부담이 급격히 커집니다. 부모님의 재산이 많지 않다면, 굳이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 사례 2 (상속포기가 유리할 수 있는 경우) : 이미 재산이 많은 자녀가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입니다. 이 자녀가 상속을 받으면 당장의 상속세는 공제를 통해 줄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본인의 재산과 합쳐져 다시 자녀에게 상속될 때(재차 상속) 더 큰 세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때 상속을 포기하고 바로 손자녀에게 재산이 넘어가게 하면, 당장은 세대생략 할증과세로 세금이 더 나올지라도, 전체 자산이 두 번 과세되는 것을 막아 장기적으로 총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상속세는 누진세율 구조이므로, 재산이 합쳐져 한 번에 큰 금액으로 상속될 때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상속포기의 유불리 판단은 '이번 상속'만 볼 것인가, 아니면 '다음 상속'까지 포함한 큰 그림을 그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자산 규모, 가족 구성원의 자산 상태, 그리고 향후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상속포기는 단순히 빚을 피하는 수단을 넘어, 상속세 전체 판도를 바꾸는 매우 중요한 법적 행위입니다.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사전증여재산이나 사망보험금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할 수 있고, 세대를 건너뛰면 세금이 할증되며, 받을 수 있었던 공제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상속포기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법원에 신고해야 하며, 한번 신고하면 절대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상속 문제는 '나중에'가 없습니다.
상속이 개시된 그 즉시, 골든타임인 3개월 안에 전문가와 함께 최적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